별점 : ★ ★ ★ ★ ★ ★ ★ ★ ★ ☆
영화 시작 전에 역사적 사실에 영감을 받았다는 문구가 나온다. 영화의 뼈대는 역사적 사실이나 거기에 붙여진 살집은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픽션이다. 그럼에도 기록된 사실은 그대로 조금도 포장없이 보려주려는거 같다. 사극 영화이다 보니 중간중간 웃음포인트를 주어 지루함을 깨려는 것은 없진 않지만 영화 자체는 진지하다. 가볍지 않다.
세종대왕과 장영실. 누구나 다 아는 유명한 역사적 인물이다. 세종이 장영실을 아꼈다는 사실도 모두 알고있다. 다만 둘의 실제 성격이 어떤지 당시 무슨일이 있었는지, 둘의 관계과 왜 틀어졌는지 그리고 죽음들.. 몇백년전의 기록만으로는 자세히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이 영화는 그런 기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상상력과 추측으로 픽션을 더해 만들어졌다. 그런 부분에서 비슷한 영화로는 ‘사도’가 생각났다.
작품을 보면 감독이 엄청난 세종덕후인거 같다. 세종의 장점 위주로 그려지며 그 외엔 장영실과 관련된 얘기들이다. 특히 세종대왕과 장영실 그 둘의 관계에 초첨을 맞췄다.
조선시대의 시조들을 보면, 신하들이 쓴 시 중에 왕을 사랑하는 사람, 사모하는 이에 비유하여 쓴 시들이 많다. 그만큼 그 시대 때는 왕은 신하들이 목숨받쳐 섬겨야 하는 하늘같은 인물이었다. 하지만 신하들도 사람인지라 더 큰 권력에 눈이 멀기도 하고 자기만의 이익을 더 우선시 하기도 한다.
세종은 사대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만큼 아랫것들을 굽어 살피고 모두 평등하길 바랬다. 그렇게 편견없이 출신을 중요시 생각하지 않고 재주만으로 장영실을 보고 아꼈다. 장영실도 관노에서 정3품까지 올려 자신을 곁에 둔 세종은 자신의 모든것이었으리라. 그렇다면 두 사람은 되게 애틋한 사이지 않았을까? 라는 추측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에 브로맨스라는 평도 많이 받는다. 진짜 로맨스영화보다 애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중간에 별을 보는 장면이라던가, 별을 만드는 장면들은 굳이 중요한 장면이 아닌데도 너무 길게 끌어 약간 지루함이 없지 않아 싶다.
연기력에 대해서 주연 두 배우가 한석규, 최민식이니 만큼 빼먹을 수 없는 주제인데, 예상 가능하다시피 연기력은 흠 잡을데가 없다. 특히 한석규의 특유의 성우같은 목소리만으로도 다른 배우들을 압도한다. 특히 영화 중후반대 쯤 분위기가 전환되며 왕의 위엄을 제대로 보여주는데 실제로 세종을 본다면 이런 느낌이 들거같다는 연기를 보여줬다.
그보다 더 미친 연기는 장영실을 연기한 최민식인데 실제로 장영실이 관노에서 정3품까지 세종의 곁에서 하나하나 발명품을 만들기까지 어떤 심정을 가지고 했을지 실제로 옆에서 지켜보는거 같았다. 최민식이 장영실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까 싶을 정도로 장영실에 빙의한듯한 연기를 보여줬다. 최민식이면 이제 나이도 많고 배우로써의 경력도 오래되어 누군가의 밑에서 굽히는 연기를 하기 쉽지 않았을텐데도 그야말로 재주많은 천한놈연기를 잘 해냈다. 그리고 최민식 연기의 압권은무엇보다 표정연기인데 마지막 장면에서 장영실이 어떤 표정으로 임할까 나는 감도 안잡히는 연기를 최민식은 해낸다.
덕분에 잠시 세종이 군림하던 조선시대에 살다 온 기분이었다. 영화가 끝나도 그 여운이 가시지 않으며 장영실이란 사람이 계속 눈에 밟힌다. 나는 사극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감명깊게 봤다. 옆사람은 오열하면서 보더라.
뻔하지 않아서 좋다. 대중들이 뭘 좋아할까 눈치보며 만든 상업영화가 아니라서 좋다. 묻히지만 않는다면 천만영화가 또 탄생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개인적인 연기력 평가
한석규(세종대왕) : 8.9/10
최민식(장영실) : 10/10
신구(영의정) : 8.3/10
허준호(조말생) : 8.5/10
ps. 하지만 결말을 보면서 K-드라마처럼 항의라도 해서 결말을 바꾸고 싶을 정도로 절절했다. 기록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이란 것을 알면서도.
여기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천문 : 하늘에 묻는다’에 대한 해석&분석
영화 ‘천문 : 하늘에 묻는다’ 속에서 영의정(신구)은 세종편에 가까울까, 아니면 의정부편에 가까울까? 내관들을 보면 장영실을 질투하여 왕에게서 떼어놓으려는 자들도 있고, 장영실의 능력을 높이 사 장영실을 아끼는 내관들도 있다. 이 영화에서 영의정(신구)은 어떤 쪽인지 확실하게 내비치지 않는다. 최대한 중립을 유지하는거 같기도 하고, 명의 사신들과 가까이 지내는 내관들의 속내에 따르는거 같기도 하며 애매한 입장을 보여준다. 맞다. 영의정(신구)은 이 영화에서 일부로 헷갈리게 만든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 영의정(신구)의 마인드가 어떤지 알 수 있다.
영화에서 세종(한석규)은 건강이 안좋아지자 왕의 자리를 내려놓으려 한다. 그런데 이건 아마 내관들이 자기를 진짜 섬기는지 떠보려고 일부러 한것 같다. 이때 영의정(신구)은 세종(한석규)가 왕에서 물러나면 궁궐을 떠나겠다고 한다. 이를 보아 영의정(신구)은 진심으로 세종을 떠받들고 섬기는 것이라는걸 알 수 있다.
내관들의 마음을 떠본 세종은 명의 눈치를 보느라 약해진 왕권강화 위해 안여바퀴를 부서지게 조작한다. 안여가 부서진 사건으로 역모를 일으키는거처럼 분위기를 조성해 명과 접선이 있던 내관들을 심판하고 명에서 온 사신을 내쫒는다. 여기서도 영의정(신구)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때 영의정(신구)은 명나라의 기술과 힘이 뛰어나기 때문에 명나라없인 조선도 힘들다고 세종에게 충고한다. 여기서 영의정(신구)은 세종(한석규)와는 성격이 정 반대임을 알 수 있다. 세종(한석규)는 명나라만을 따르려 하지 않고 조선의 것을 만들고 조선만 가질 수 있는걸 창조하려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저 아래 백성, 천민들에게도 이롭게 하려 한다. 즉,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영의정(신구)은 지금 현재 기술과 힘이 뛰어난 명나라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게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명나라 없이 조선의 것을 만드는걸 위험한 모험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백성들을 위해 문자를 만드는 것은 사대부의 심기를 거스르는 일로 생각해 굉장히 현실적이고 보수적인 인물이다. 보통 잘못한게 있으면 왕 앞에서 고개도 못들고 목숨만 구걸할테지만, 영의정(신구)은 목숨걸고 현실을 직시할 것을 왕에게 충고하는걸로 보아 진심으로 왕을 걱정하고 현실파악을 잘 하는 인물인것으로 보인다.
세종(한석규)가 일으킨 안여사건으로 장영실(최민식)과 안여를 관리하는 내관 3명에게 그 불똥이 튀게 되는데, 의정부가 있던 시대에는 왕이 명을 내리는데도 의정부의 눈치를 봐야했다. 특히 장영실과 가까이 지낸다는 소문이 돌기에 장영실에 대한 면죄 또한 왕 혼자 결정하기에도 눈치가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영의정(신구)가 나서 장영실(최민식)에 대한 사면을 도우려 한다. 이로써 영의정(신구)는 장영실(최민식)을 아예 내치려 하려는 마음도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진정 왕과 의정부 사이에 중립을 유지하면서도 왕을 진심으로 섬기며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런 사소한 감정들을 신구가 잘 연기해 주었다.
추가로 ‘안여가 부서진 사건’과 안여 제작을 감독했던 장영실이 ‘곤장 80대’를 맞은 일은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데 왜 안여가 부서진게 장영실이 형을 받게 되었는지, 그 뒤 장영실의 사망여부에 대해선 더 이상 기록이 없다. 그래서 이 영화 ‘천문 : 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이 곤장 80대를 맞게 된 계기나 세종이 왜 그토록 아끼던 장영실에게 곤장 형벌을 내리게 되었는지를 상상력으로 만들어 냈는데 나는 애틋하면서도 꽤 그럴싸 하다고 생각한다. 잘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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